번역회고록 - 왜 남의나라 말은 어려운가
올 해 9월 중순부터 W3C 권고안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12월 13일을 기준으로 총 13개 권고안, 1개의 프레스 릴리즈를 번역하였으며, 추가로 번역하고 있는 문서는 약 4개 정도 된다. 번역한 문서 인덱스는 개인 블로그인 techhtml과 W3C 한국어 번역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은 번역을 하면서 느낀 어려운 점들을 정리하는 문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번역을 할 때 정리하면 좋은 것들과 기술 문서, 오픈 소스에 기여하는 첫 단계인 번역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기술은 영어다
우리가 이해하는 대부분의 기술들은 영어로 이루어져있다. 기술을 전세계에 배포해야하고, 또 브라우저 개발자 혹은 여러 기관에서 표준을 따라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표준을 준수하기 위해서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이다.
최초 개발자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서 그게 일본어로 되어있을 수도, 영어로 되어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술 문서는 영어로 되어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기술 문서를 읽기 위해서는 3가지 길을 걸을 수 있다.
- 영어를 공부한다.
- 직접 번역한다.
- 번역 전문 업체에 번역을 의뢰하거나,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개인적으로 세번째는 권장하지 않는다. 번역 전문 업체에서 번역하는 문장은 뛰어난 케이스가 매우 적다. 한국에서도 스펙을 번역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그 퀄리티가 뛰어난 경우를 본 적은 없다.
왜 번역은 어려운가.
기술문서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우리가 일상회화에서 쓰는 영어보다 숨겨진 내용이 많으며,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문장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아래 문장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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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문서를 번역할 때 가장 많이 벽에 부딪히는 건, 처음으로 나타나는 단어를 어떻게 번역할 지에 대한 고민이다. 예를 들어, technical report라는 용어는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서,
- 기술 보고서
- 기술 레포트
- 테크니컬 리포트
- 기술 문서
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그 중에 어떤 것이 반드시 맞느냐라고 하면 문맥, 전체 흐름, 문서 목적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참고로 본인은 그냥 문서라고 번역하고 있다.
번역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권고안 번역은 기술 문서 번역과 상당히 다르다.
기술 문서는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가에 초점을 두고있다면, 권고안은 해당 기술의 사용방법, 해당 기술을 잘 사용하는 방법, 브라우저 개발사 및 제조사에서 어떻게 구현해야하는 지, 다른 기술과의 충돌성 등을 다룬다.
그래서 권고안 번역은 일반 기술 문서 번역보다 어렵다. 하지만 권고안을 번역한다는 건 해당 기술을 온전히, 혹은 완전히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권고안 번역을 다소 권장하고 있으며 공식 문서가 될 가능성이 없더라도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의 기술 문서라면 개인 시간에 번역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문서에 따라 다소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W3C 권고안 번역 단계는 아래와 같다.
- 번역할 문서를 찾은 뒤, 번역할 문서가 Translation DB에 없는지 확인한다
- 없다면 W3C-Translators 메일에 번역을 시작했음을 알린다.
- 번역을 시작한다. 번역본은 어떤 곳에 올려도 상관없으며, W3C에서 미러링을 따로 하지 않는다.
- 어느정도 번역이 완료되면 검수를 거친다. 검수는 최소 3명 이상의 컨펌을 받는 것이 좋으며, 해당 부분에 지식을 가진 사람 외에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번역이 완료되면 페이지 헤더에, 번역완료일(공개일), 번역자, 메일, 번역으로 인한 오류 관련 알림을 작성한다.
- W3C에서 제공하는 Validation TEST를 돌려서 Pass하는지 확인한다.
- W3C Translator 메일링에 번역이 완료되었음과 함께 URL을 공유한다.
타인이 올린 블로그 글을 번역하고 싶다면 아래 단계를 밟는다. 회사 기술 블로그에 올라가 있는 글을 번역하는 경우도 보통 허락해주는 케이스가 더 많다.
- 작성자의 연락처를 찾아서 번역을 하겠다는 연락을 한다.
- 일반적으로 허가를 줄 경우 번역을 하지만, 미리 번역하고 있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상업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게시글은 번역이 어렵다.
- 원작자가 허가한 경우 번역을 하며, 번역을 완료하면 페이지 헤더에 원글 작성자, 게시글 링크, 번역으로 인한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명시한다.
- 게시한다.
위 단계만 밟으면 어떤 문서든 번역할 수 있다. 번역은 본인의 의지다. 위 단계가 어려우면 도움을 줄 수 있다.
번역할 때 간단한 팁
- 번역을 할 때 자기보상을 주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분량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중간에 포기한다. 나같은 경우는 특정 분량 이상 번역을 완료할 때마다 원하던 걸 구매하거나, 먹고싶던 걸 먹곤 한다.
- 단어집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단어집 없이 번역하면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하나의 용어를 다양하게 번역하다가 용어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어, 읽는 사람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습니다.
- 번역 원칙을 준수하자. 일반적으로 나는 빅 크런치의 번역 원칙을 좋아한다. http://blog.daum.net/bigcrunch/12347832
마무리
어떻게 보면 뻔한이야기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이런걸 이야기할 수도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번역에 참석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