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직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고, 그런 고민에 대해서 가감 없이 나에게 이야기해 줄 때가 있다.
2012년 1월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니 내 개발 커리어가 약 4년 8개월가량 쌓여져가는 와중에 내가 이런 조언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써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나는 어떻게 두번이나 이직했을까?
실력은 자기소개서에서 나오지 않는다.
내가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래서 실력이 어느정도인데요?부터 시작한다. 내 주변의 꽤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 자신이 없거나, 혹은 자신의 실력이 어느정도인 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로 이직을 준비한다.
내가 처음 SK커뮤니케이션즈를 그만 두고서 NHN Technology Services(NTS)로 이직했을 때, NTS에서 나에게 기대한 바가 어떤 건 지 모르겠지만, 당시 나는 그렇게 훌륭한 개발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시에 했던 일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주변에 전파하고, 내가 모르는 지식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알고자 노력한 것.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한 것,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한 것 뿐이다.
자기소개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 지 어필하기 위한 용도라 생각한다.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건 상대방도 모른다.
내가 처음 스터디를 시작한 게 2012년 9월 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신촌에 있는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스터디 센터에서 처음 스터디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jQuery 플러그인이 어떻게 생겨먹었느니 하는 걸로 시작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당시에 JavaScript 변수가 어떻게 생겨먹었고, getElementById()
, if
문 정도를 알고 있는 완전히 신입 단계의 개발자였다.
그래서 처음 스터디를 나가는 상황에서 굉장히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내성적인 성격에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과 잘 모르는 세계로 나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다만 나는 외국어를 전공하여 개발을 시작했으니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더 좋다는 걸 외국어 스터디에서 익혔으므로 큰 용기를 내었다.
결과는 내가 그 중 가장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 내가 그 스터디를 리딩하게 되었다.
이 건 누가 잘하고 못하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누군가가 잘 알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잘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는 데에 있어 두려움이 없다. 누군가가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지식일 수 있지만, 누군가가 기대하기에는 만족할 수 있는 지식인 것이다.
지식의 공유에는 깊이가 중요하지 않다. 지식의 공유에는 공유 그 자체에 의의를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옳은 지식만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하는가?
내 지난 글에도 알려져 있듯이, 개발자들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하며, 죽을 때까지 공부할 자신이 없다면 더 기초에 충실해야 한다.
나는 현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컨퍼런스 or 세미나 등에서 요청할 시 발표를 하고 있으며, 강의도 하고 있고, 새로운 지식이 영문으로 올라온다면 얼마든 지 번역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번역은 순수하게 노가다로 하고 있고, 번역의 퀄리티는 까이고 까여서 겨우겨우 얻어내는 것들이 더 많다.
만약 내가 일련의 과정을 겪지 않았다면 아마 스터디도 꾸준히 하고 있을 것이다. 스터디는 본인이 직접 리딩하는 게 가장 배우는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자신이 아는 지식을 남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라.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블로그를 먼저 운영하고, 블로그 운영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스터디를 해도 좋고, 스터디를 먼저 하고 블로그를 운영해도 좋다.
만약 스터디를 하다가 스터디원 모두가 특정한 지점에서 막힌다면, apes0123@gmail.com으로 메일을 준다면, 내가 시간이 되는 한 1~2회정도는 방문할 수 있다. 물론 난 HTML, CSS를 주로하는 개발자이기 때문에, 그 관련 분야일 때에만 방문할 수 있을 거 같다.
뻔한 얘기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정말로 뻔하디 뻔한 아주 뻔한 이야기들이다. 오픈소스에 기여해라, 번역이라도 해라, 블로그에 글이라도 써라, 스터디라도 해라, 정말 뻔하디 뻔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뻔한 일을 누구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 뻔한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뻔하지 않은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